93. 아무 일이 없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희로애락이 물결치고 있는데
어째서
아무 일이 없다고 할까요?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은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은
본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영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공간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파도가 천만가지 일어나도
깊은 속은 변화가 없고
구름이 천만 가지 변하여도
허공은 변화가 없고
소리가 천만 가지 일어나도
고요는 변화가 없습니다.
각자의 내면도
천만가지 생각이
일어났다 사라져도
바탕
공간은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아무 일이 없습니다.
시간으로 보면
모든 시간이 진행되어도
공간으로 보면
아무 일이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간 가운데 시간
존재 가운데 작용
내면 가운데 생각은
모든 일이 일어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변화와 불변이
시간성과 공간성이
동시에 공존합니다.
정중동으로
모든 일이 일어나는 가운데
아무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희로애락이 일어나도
생로병사가 있어도
생사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고
의연합니다.
유한이 없는 것은 아닌데
바탕에
무한이 항상 존재하여
생사가 있어도
생사가 없는 것처럼
담담합니다.
모든 일이 일어나는 가운데
아무 일이 없습니다.
아무 일이 없는 가운데
어떤 일도 창조 소멸합니다.
어떤 일도
감내가 되고
견디어 지고
수용이 되고
포용이 되는 것은
아무 일이 없는
무한이
바탕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공간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일이 없음이
모든 일을
만들고 지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