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결론 없는 바탕
결론이 없거늘
생각은
자꾸 결론을 내려 한다.
그래야 안심이 되고
그래야 만족이 되고
그래야 불안하지 않고
그래야 뭔가 한듯하여 뿌듯하다.
그렇게 결론을 맺은들
그 결론이 영원한가?
마치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고
마치 물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고
마치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한 생각
결론 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 비추면
그 결론마저 사라져
텅 비어 맑고 깨끗하다.
결론 없는 바탕이 드러나
한 점 낙서가 없어
얼마든지 새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아무리 그리고 그려도
한 점도 남지 않아
순백으로 맑고 투명하다.
그린 자도 없고
그림자도 없어
얼룩이 없다.
결론을 내려던 차원에서
결론 없는 차원으로 복원되면
바쁜 일이 없어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