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고백과 용서
나와 남과의 관계에서만
고백과 용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 안에서도
고백과 용서가 필요하다.
스스로에 대하여 너무도 몰라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내면을 보는 눈이 떠지지 않아
좌충우돌하고 부딪치고 싸우고
다치고 아프고 병들고
자학하고 우쭐하고
어둡고 어리석었던 삶에 대하여
거짓으로 살아온 것에 대하여
진정한 고백이 있어야 한다.
이 고백은
후회나 반성과는 다르다.
눈을 뜨지 못함에 대한
치열함 절박함 사무침 간절함에서 오는
내면에 덮여진
찌꺼기 묵은 때를 닦아내는 것이다.
진정한 고백은
진실로 돌아감이다.
고백을 통하여 진실이 복원되면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진다.
상대적인 용서가 아니고
조건적인 용서가 아니고
모든 것이 이해가 되고
모든 것이 녹아버려서
모든 망상과 더러움이 사라져
미움이나 분노나 적개심이 없는 것이다.
진정한 고백과
진정한 용서의 공통분모는
진실이다.
진실이 복원되면
진정한 고백이 이루어져
더 이상 고백할 것이 없어지고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져
더 이상의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아
용서해야 할 일이 없이
용서 자체이다.
진실이 복원되고 보면
고백이나 용서마저도
순식간에 아득해져 버린다.
더 이상
고백하거나 용서할 일이 없는 가운데
얼마든지
마음 놓고 고백하고 용서할 수 있다.
진실의 권능이며 주인의 권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