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한 밤중에 해가 뜬 것 같다. 함은?
육안의 눈으로 보이기에는
해는 아침에 뜨고
저녁에는 지기 때문에
한 밤중에 해가 뜬다 함은
맞지 않는 말이다.
사실적으로 보면
해는 뜨고 지는 법이 없이
항상 존재한다.
다만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
해가 지고 뜨는 모습으로 보일뿐이다.
지구의 한쪽이 한밤중일 때
다른 지구의 반대쪽에는 해가 비추고 있다.
그러나
한 밤중에 해가 뜬다. 는 표현은
현상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과학적인 이야기는 더 더욱 아니다.
내면의 모습을 보고
감각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 밤중은
칠흑 같은 내면의 모습
아무것도 모르는 자리
깜깜한 태초
한 생각이 뜨기 이전자리로서
밖의 상태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모습이
한 밤중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처음으로 자기 내면의 모습이
한생각도 없이
완전 텅 비어 있음을 본 것이다.
그 내면의 모습은
먼지 하나도 없어
완전 고요의 상태이다.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 고요가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는
본래 존재하는 고요이다.
세상에
깨끗하고 깨끗하다고 하여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내면의 모습보다
고요한 부동은 없다.
이것을 보고
깨끗함의 원조라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태
텅 빈 허공성,
고요한 침묵성,
깨끗한 청정성을
모두 보고 알아차림을
밝음 중의 밝음인
광명이라고 하여
표현하기를
칠흑 같은 어둠 가운데
해가 뜬것 같다고 하였다.
한 밤중에 해가 뜬것 같다는 표현은
자기 내면의 상태를 보고 알아차린 기쁨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감탄의 한마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