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감과 홍시
41. 땡감과 홍시
땡감은
익지 않아서
먹을 수 없다.
억지로 먹는다고 해도
입안이 떫고
나중에는
배까지 아프다.
홍시는
누구나 좋아한다.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새들도 좋아한다.
땡감과 홍시는
익지 않음과 익음의 차이이다.
먹힐 수 없는 땡감과
먹힐 수 있는 홍시의 차이이다.
땡감은
아직 사계절을 거치지 않아
철을 모른다.
뜨거운 여름날
태양의 열기를 모른다.
가을을 지나
겨울날의 차가운
풍파를 모른다.
그래서 세상을 모르고
푸르뎅뎅하다.
강하고 드셀 줄만 알지
부드럽게 안아주는 맛이 없다.
그래서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먹어달라고 하여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도 익어야 먹힌다.
사계절 풍파를 이기고
온랭을 맞이하고
속이 텅빔으로 복원되어
더 이상 주장할 것이 없어질 때
그 무엇도 모두 포용할 수 있다.
품이 넓어진 것이다.
기국이 넓어진 것이다.
속이 깊어진 것이다.
눈이 밝아진 것이다.
덕이 두터워진 것이다.
땡감이 보면
바보 같은 사람이다.
싸울 줄도 모르는
싸움이 끝난 사람이다.
평화가 복원된 사람이다.
공간이 복원된 사람이다.
순수가 복원된 사람이다.
진실이 복원된 사람이다.
푹 익은 사람이다.
익으면
먹혀서
모두를 살린다.
태양 같은 사람
홍시 같은 사람이다.